기절하거나 대소변 지려도 가혹행위 멈추지 않아
"폭행 허락하는 '판사' 자처한 법정 놀이였다" 진술도
법원이 교도소 안에서 동료 수용자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무기수에게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무기수에게 또다시 무기징역을 내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심한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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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사진=연합뉴스 |
30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A(28)씨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폭행의 정도가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공주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A씨는 2021년 10월, 같은 방을 쓰는 삼촌뻘 피해자(43)가 설거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같은 방에 있던 또 다른 20대 B(29)씨와 C(21)씨도 같은 해 12월부터 A씨의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이들은 한 명이 망을 보고 한 명은 목을 조르는 등 교도관의 감시를 피했습니다. 폭행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기절하거나 대소변을 지려도 가혹 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피해자 특정 신체 부위를 빨래집게로 집어 비틀고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등 잔인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동료 수용자에게 '병신이니까 괴롭혀도 된다'고 말하는 등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폭행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해 피해자 가족이 면회하러 오는 것을 막고, 병원 진료도 못 하게 했습니다.
당초 심장질환 이외에 별다른 지병이 없던 피해자는 폭행당한 지 20여 일 만에 복부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전신 출혈과 염증, 갈비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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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사진=연합뉴스 |
피해자의 사망에도,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기수인 A씨에 범행을 몰아주자며 재판부 눈을 피해 말을 맞추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무기수라 총대를 메겠다고는 했을 뿐, 살인은 공동 범행이었다"며 "폭행을 허락하는 '판사'와 직접 실행하는 '집행관'의 역할을 맡아 '법정 놀이' 식으로 재미 삼아 폭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 주소가 적힌 메모를 갖고 있던 B씨는 경찰의 추궁에 "출소 후 술이라도 한잔하려고 했다"고 답을 회피했습니다. C씨는 '벌레 괴롭히기도 지겹다'는 내용의 편지를 친구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전고법 형사1-3부(이흥주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살인 혐의로 구속된 B씨와 C씨에게도 1심 형의 배가 넘는 징역 12년과 14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돈을 위해서라거나 원한 관계에 의해서가 아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해자를 괴롭혔다"며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대한 행위는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행보다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형 선고는) 이미 세상을 떠나 용서할 수도 없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
이에 공범 B씨와 C씨는 30일 변호인을 통해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A씨는 아직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될 경우, A씨는 62번째 사형수가 됩니다. 다만 1996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