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서 불길 뚫고 할머니 현금다발 찾아준 소방대원들 '화제'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접어들어 물 뿌리며 점포 안으로 진입
불로 인해 점포 8곳 소실 및 아파트 주민 50여 명 대피 소동

↑ 30일 강릉시 금학동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 =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뚫고 70대 할머니의 현금다발을 찾아준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30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4시 47분쯤 강릉시 금학동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도 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문덕기(49) 소방위와 안태영(35) 소방장은 현장으로 출동했고 긴 시간동안 이어진 진압 과정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교체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잠시 나왔습니다.

그때 70대 할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건물 안 냉장고에 소중한 물건이 있다"며 소방관들에게 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이웃 점포에서 시작된 불길은 할머니의 점포로 옮겨 붙어 쉽게 물건을 찾으러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던 두 소방관은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접어들었을 때 물을 뿌려가면서 점포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들은 냉장고로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냉장고 하단에서 오만권이 들어 있는 검은 봉지 3개를 발견했습니다.

두 소방관은 이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 돈을 돌려줬습니다.

할머니는 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 30일 강릉시 금학동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 불은 화재 발생 2시간만인 오전 6시 47분쯤 큰 불길을 잡고 오전 8시 4분쯤 완진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 1채와 건물 4채가 전소돼 점포 8곳이 소실되고, 인근 건물 2채가 부분 피해를 봤으며, 주변 아파트 주민 등 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문 소방위는 "소방관도 안전이 담보될 때 현장에 진입이 가능하다"며 "불길이 잦아들었을 때, 건물 안에 들어가 할머니의 물건을 찾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관이 당시 모습을 봤더라면 불길로 뛰어들었을 것이다"라며 “같이 들어간 안태영 소방장과도 오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회자될 줄 몰랐다.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