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한국, 러 징병 도피 5명 난민수용거부…자국 징병제 논란될까 우려"

"하루 한 끼 점심만 받고 빵과 음료수로 때워"
"정신 건강 지원도 전무" 비판

징병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한 러시아인들이 수개월째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있는 가운데, 미국 CNN 방송에서 '한국 당국이 징병제로 불씨가 붙을까 두려워한다'는 논지의 기사를 냈습니다.

↑ 러시아군 징집병 충성 맹세식/사진=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피하고자 러시아인들이 탈출하는 가운데 까다로운 잣대로 난민을 수용 중인 한국이 외신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CNN은 28일(현지시각) "작년 9월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후 해외로 도피한 남성 5명이 한국 당국의 수용 거부로 수개월째 인천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연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이들 중 3명은 지난해 10월에, 나머지 2명은 11월에 한국에 도착해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에서 심사 회부를 거부당해 지금까지도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옷을 직접 손세탁해 갈아입어야 하고, 활동 반경도 출국장과 면세장 구역으로 제한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의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데다,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앞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지난달 30일 법무부의 난민심사 불허로 이들 러시아인 5명이 사실상 방치돼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뷰를 실은 CNN은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나 K팝 슈퍼스타조차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징집을 피해 온 러시아인들을 곧장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한국의 엄격한 징병제로 논란의 불씨가 옮겨붙을까 우려한다는 시각입니다.

이어 CNN은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한 군인은 우크라이나 지역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오는 31일 내려질 전망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