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입소를 거부하며 서 너 명가량 찾았던 노숙인지원시설에 기록적인 혹한 탓인지 어젯밤엔 시설 복도에까지 꽉 찰 정도로 노숙인들이 붐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파가 잦아들면 또 시설을 나갑니다.
잠시 쉼터가 필요한 것뿐인데, 늘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사는 이들이 집처럼 온전히 정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포커스M에서 윤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익숙한 듯 텐트에 스티로폼을 덧대기 시작하는 한 여성.
남는 돗자리는 천장에 올려 칼바람을 막습니다.
노숙인 지원단체 활동가들이 말을 걸어도
"문 좀 열게요, 죄송해요."
꿈쩍도 안 합니다.
"여기 핫팩. 뜯은 거 하나랑 안 뜯은 거 하나. 이따 새벽에 쓰세요."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노숙인은 대략 3,150명, 이들을 위해 40여 곳의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찾는 사람은 드뭅니다.
▶ 인터뷰 : 안재금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현장실장
- "음주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어서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이런 습관들이 안 된 분들이어서…."
하지만,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 어젯밤은 달랐습니다.
시설을 찾은 노숙인들로 준비된 의자는 만석이고, 복도에 침낭을 깔고 누운 노숙인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노숙인
- "내가 입던 점퍼가 추워가지고 오늘 어떤 목사가 점퍼를 줬어요. (어제는) 추운데 그냥 이불 두 겹씩 덮고 잤죠."
체감 온도 영하 27도의 맹추위에 평소 3배에 가까운 노숙인이 시설을 찾은 겁니다.
▶ 인터뷰(☎) : 문민수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 "최대(맥시멈) 20명 잡고 있어요. 응급쪽방이라고 해서 방이 6개가 다 찼으니까 사실은 29명이 보호가 된 거죠."
평소엔 외면하는 시설이지만 감당하기 힘든 한파에 달리 갈 데가 없었던 겁니다.
▶ 스탠딩 : 윤현지 / 기자
- "그런가 하면 난방비가 올라 집 대신 역이나 은행, 지하도 등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서울 종각, 영등포역사는 한낮에도 앉을 곳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쪽방촌 거주민
- "갈 데가 없으니까. 집에서도 난방비 아끼려고 크게 안 틀어요."
잇단 한파에 전문가들은 사각지대가 많은 지금의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보완해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전용호 /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숙인들한테는 주거가 가장 중요하니까 쉼터나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의 경우엔 집수리를 해서 단열재 같은 걸 넣어주고."
한파로 잠시 몸을 뉠 쉼터를 찾았다 다시 떠나는 노숙인들.
이들이 집처럼 온전히 정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시급해 보입니다.
포커스M 윤현지입니다. [hyunz@mbn.co.kr]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