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아 여유를 즐기러 나온 나들이객들로 시내 곳곳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이나 얼마 전 가족을 잃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이번 명절은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설 명절을 맞은 남산 한옥마을,
고즈넉했던 공원이 전통 놀이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모처럼 북적입니다.
진지하게 활 시위를 당겨 보고, 공중에 띄운 연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폴짝거립니다.
▶ 인터뷰 : 김성범 / 경남 통영시
- "와보니까 사람들도 많고, 코로나 시국인데도 이겨내는 국민 보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절은 그리움과 아픔을 달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떠나온 뒤 아흔 살 가까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백발 노인, 북녘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 인터뷰 : 김종복 / 실향민 1세대
- "눈물밖에 나는 게 없어. 열네 살 때 나와서 이날 이때까지 못 본 거야."
이북에서 건너온 실향민 후손에게도 이곳에 차려진 차례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 인터뷰 : 라순우 / 실향민 2세대
- "부모님을 여기다가 모셨어요, 임진강에다가…. 고향은 이북 황해도이신데…. 그래서 나는 여기가 굉장히 중요해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 4대 종교 단체 성직자들이 유족들을 위로하는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일반 시민들도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을 기리고, 유족과 아픔을 함께 하며 명절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거리두기가 끝나고 처음 맞는 설날, 가족의 정을 더하는 날이었지만, 이웃의 아픔에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umsoo@mbn.co,kr]
영상취재 김영호 기자, 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