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이민청 설립을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꾸준히 이민청 추진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초저출산의 여파 등으로 이제 인구절벽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이제 체계적인 이민 정책은 필수라는 건데요.
그럼 지금까지 이민정책은 어땠는지, 또 이민 정책과 더불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를 길기범, 우종환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고철을 가열해 선박이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한 공장입니다.
일도 힘든데다 위험하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 공장 가동률은 6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길기범 / 기자
- "또 다른 문제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66살로, 몇 년 뒤 은퇴하면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해진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양태석 / 공업사 대표
- "후임자가 여러 가지 노하우를 배워서 전수하는 과정이 이뤄지는 건데…. 산업 자체가 고사할 것 같습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우리 제조업 같은 경우는…."
조선업과 농업 등도 상황은 비슷한데,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노동력 부족 문제는 점점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등 외국인 우수 인재 유입이 필수라고 보고 이민청 추진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민정책을 분야별로 각 부처에서 알아서 하다 보니 중복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 인터뷰 : 문병기 / 한국이민정책학회장
- "(예를 들면)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가부 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이고 막상 효과는 별로 없는…."
이민청을 컨트롤 타워로 부처 간 정책을 연계해 이민자들이 잘 정착하도록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민청은 이제 필수인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단순한 노동력 확보 차원 정책에서 탈피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외국 인력들이 한국을 택할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 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우종환 기자 】
지난 2020년 1월 수도권의 한 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일하던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이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A 씨는 사고 트라우마와 안전 위협으로 일터를 옮기고 싶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A 씨처럼 다수를 차지하는 비숙련 이주노동자는 사업주 허가 등이 없으면 사업장을 옮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A 씨 / 이주노동자
- "폭발 생각나서 계속 무서워요. 자지도 못해서 밤에 그래서 내가 말했는데 사장님이 '네가 다른데 가지 못해. 네가 만약에 일할 수 없으면 너희 나라 가'(라고 계속 말했어요.)"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민청 논의가 본격화된 뒤에도 정부는 이주노동자 체류 기간은 늘려주겠다면서도 사업주 이해관계 문제 때문에 사업장 변경 제한은 풀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종필 /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지난달 29일)
- "경영계 쪽에서는 인력 활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구시대적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김달성 / 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장)
- "효과적으로 써먹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으로 보고 사람인 이주노동자와 올바른 관계를 맺겠다고 하는 그런 생각은 전혀 읽어볼 수가 없어요."
정부는 외국인 고용 목적에 국내 정착 방지도 명시하고 이를 위해 가족 방문도 제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민 활성화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인터뷰 : 윤인진 / 전 이민학회장
- "기여를 했고 또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이라면 이제는 우리 사회에 정주할 그러한 기회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절반은 여전히 이민 활성화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이 부분 역시 이민청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woo.jonghwan@mbn.co.kr]
영상취재 : 조영민·김현우·안지훈 기자, 이준우 VJ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전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