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반복에도 식수원 개발 사업은 또 연기
지난해 가뭄 여파가 여전합니다. 특히 경남 통영 섬 지역 곳곳이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삶보다는 '생존'에 가깝다고 호소합니다.
섬이라는 지역적 여건 탓에 고립된 주민들은 편히 씻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급수선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늘(11일)까지 통영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한급수 및 운반급수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욕지도와 우도, 노대도, 연화도, 매물도, 수우도 등입니다.
↑ 지난해 욕지도 정상에 올라 기우제 지내는 주민들/사진=통영시 제공 |
이 여파로 1천 346가구의 2천 398명의 섬 주민이 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본섬인 욕지도는 사정이 낫지만, 연화도와 우도 같은 작은 섬 주민들은 불편이 큽니다.
특히 우도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우물이 아예 말랐고 마을 곳곳에 설치된 5t짜리 물탱크도 물이 바닥났습니다.
결국 통영시에서 간간이 보내주는 식수에 의존 중이지만, 1.8ℓ 용량의 물병 700~1천개뿐이라 26가구가 물을 나눠 쓰면 금방 동이 납니다.
이에 주민들이 500만원을 모아 지난해 12월 10t 용량의 물탱크 2대를 설치하고 마을 우물까지 배관도 깔았지만 역부족입니다.
편히 씻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에 주민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김영래 우도마을 이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빨래는 육지로 가서 해야 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 해 먹다 보니 의식주 자체가 제대로 안 된다"며 "똑같이 세금 내는데 왜 우리는 물도 제대로 못 먹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통영시는 급한 대로 섬에 급수선과 급수차를 투입 중입니다.
지난 5일에도 1.8ℓ짜리 병물 5천400병을 욕지도와 우도, 매물도 등에 공급했지만 물 부족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통영시 관계자는 "겨울 가뭄으로 통영시 섬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긴급 급수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하수 개발을 통해 추가 수원을 확보하는 등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욕지도 절수 독려 플래카드/사진=통영시 제공 |
물 부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가뭄이 심해진 탓이 큽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79.0㎜로 2021년(123.4㎜)에 비해 36% 감소했습니다. 2020년(157.2㎜)과 비교하면 49.6%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비가 오지 않아 0.0㎜를 기록했고 2월에도 0.2㎜에 그쳤을 만큼 가뭄이 심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남 주요 댐의 저수율도 최저 30.7%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달 초부터는 창원과 양산, 함안 합천에도 가뭄 주의 단계가 발령됐습니다.
반복되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영 욕지도 지구 식수원 개발 사업이 필요합니다.
통영시는 섬 지역의 만성적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자 333억원을 들여 상수도를 확장하는 식수원 개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사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식수댐을 기존 9만4천300㎥에서 18만1천600㎥로 증설해 욕지도 본섬 10개 마을에만 공급되던 급수 구역을 본섬 전체와 인근 연화도, 노대도까지 확장해 안정적으로 상수도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2021년 준공 예정이었던 사업은 올 하반기까지 연기됐습니다.
김혜경 통영시의원은 "섬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수도 공급은 절실한 생존의 문제"라며 "주민들은 기우제까지 지내며 공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더는 공사가 지연되지 않게 통영시가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통영 섬 지역에 투입되는 급수선/사진=통영시 제공 |
한편 남부 지방의 가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3일 정부가 발표한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에 따르면, 남부지방 강수량은
이에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은 "정부는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지방과 협력해 용수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남부지방 국민께서도 생활 속 물 절약에 동참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