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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경찰이 침묵으로 일관한 112 신고를 받고 기지를 발휘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구출했습니다.
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112로 전화가 걸려온 건 전날(5일) 아침 8시 7분이었습니다.
신고 전화를 받은 김호성 경위는 전화 반대편에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자, 도움이 필요할 경우 아무 번호를 누르라고 안내했습니다.
김 경위는 '보이는 112' 시스템을 통해 신고자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신고자가 아무 번호를 눌러 말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표시를 하면 경찰이 신고자에게 인터넷 주소를 보내고, 신고자가 이를 클릭하면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김 경위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소리에 집중했고, 미세하게나마 남녀가 싸우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후 김 경위는 신고자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 곧바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치추적시스템 'LBS'를 가동하는 동시에 관할서에는 '코드 1' 지령을 발령했습니다. '코드 1'은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 내려집니다.
위치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신고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피스텔로 간 경찰은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신고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잘못 눌렀다"며 울먹이면서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울먹이는 목소리에 강압에 못 이겨 신고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대면으로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층수를 알아낸 경찰은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건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문을 열었지만, 방안에서 울고 있던 여성은 밖으로 나와 경찰관을 쳐다보며 '살려 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남성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상황을 인지한 경찰관은 여성을 현관문 밖으로 데리고 나와 주먹과 흉기에 의해 상해를 입은 상태인 것을 확인한 뒤, 특수상해 혐의로 남성을 현장
조사 결과 신고자와 남성은 옛 연인 사이로, 남성이 전 여자친구인 신고자의 주거지로 찾아와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신고자의 집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치료비와 심리상담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