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단체 "일방적 통보 중단해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신차 출고 지연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며 일부 차종에서는 신차 출고 기간이 줄었지만, 지난해 차량을 계약한 이들은 여전히 신차를 인도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일'이 아닌 '출고일' 기준으로 차량 가격이 책정되고 있어 새 차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적게는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추가금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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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쌍용차가 보낸 가격 인상 공지문/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지난해 8월, 쌍용차 토레스를 예약 구매한 A씨는 한 해가 넘어가는 시점까지 차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 지난달 29일, 쌍용차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2023년 1월 출고분부터 차량 가격이 70만원 인상된다는 통보였습니다.
사측은 반도체 수급이 어렵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달부터 출고되는 차량은 7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대신, 고객 보답 차원에서 보증기간을 3년 6만km에서 5년 10만km로 연장해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계약했던 A씨는, 가을이면 차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었지만 새해를 넘긴 시점에도 차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끝에 받은 건 가격 인상 공지였습니다.
A씨는 "새해를 불과 3일 앞둔 시점에 달랑 문자 한 통으로 가격 인상을 공지하다니 화가 난다"며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차를 구입하기로 한 B씨도 70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B씨는 "이미 계약서를 쓴 상황이어서 당연히 기존 가격이 적용될 줄 알았는데 계약 기준이 아니라 출고 기준으로 인상분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면서 "계약 당시에는 인상 가능성에 대해 듣지 못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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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에서 나오는 현대차/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쌍용차뿐 아니라 작년 6월, 현대차 제네시스를 계약했던 C씨도 가격 인상 통보를 받았습니다.
C씨의 경우 제네시스의 연식이 지난해 말, 2023년형으로 변경되어 300만원 가까이 가격이 오를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C씨는 "연식이 변경된다고 해서 기능 면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도 없던데 가격만 과하게 오른 것 같다"면서 "자동차 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갑이 된 제조사들의 횡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차를 계약하더라도 다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그사이 또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금액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렇듯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가격 인상 수개월 전 계약서를 작성했던 소비자들도 출고 지연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동차(신차) 매매약관에는 '계약성립 후 자동차 인수 전에 자동차의 설계·사양의 변경 등으로 계약서 기재 내용대로 자동차의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갑(자동차 판매사)은 을(매수인)에게 변경된 사양의 자동차 내역 및 계약해제 여부에 대한 효과를 통지한다. 이때 을이 변경된 사양의 자동차 구입을 원하는 경우 변경된 조건으로 자동차를 인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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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사진=연합뉴스 |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기업 중심적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는 구입한 자동차에 대해 계약 당시의 옵션과 가격으로 차량을 인도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제조사는 인도 지연에 따른 책임
덧붙여 "공정위는 변동 사항만 통지하면 가능하게 한 자동차(신차)매매약관을 이른 시일 내 개정해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