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짜고 쳤다…내기 골프서 지인 '마약 커피' 먹이고 수천만 원 뜯은 일당

작년 첫만남부터 범행 대상으로 삼고 신뢰 쌓아
'약사'·'바람잡이' 등 역할 나눠가며 범행 계획

↑ 골프 / 사진=연합뉴스

지인에게 마약류를 탄 커피를 마시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쳐 수천만 원을 뜯어낸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오늘(28일) 전주지법 형사제2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사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57)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한 B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들 일당은 지난 4월 8일 전북 익산시 한 골프장에서 지인 C씨에게 마약 성분인 로라제팜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하고, 이후 내기 골프를 제안해 3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C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함께 골프를 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다 범행 당일에는 약을 타는 '약사',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을 나눠 C씨에게 약을 탄 커피를 먹였습니다.

이들은 정신이 몽롱한 C씨를 상대로 1타당 30만 원의 내기 골프를 진행했고, 1타당 판돈을 200만 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운동 능력, 판단 능력이 저하된 C씨는 한 홀에서만 최대 700만 원까지 잃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C씨를 걱정하는 척 얼음물까지 건네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이들 일당 중 2명은 2014년 미얀마에서 약물을 이용한 사기 도박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법이 치밀했고 마약류까지 사용해 죄질이 나쁘다"며 "친구로 지내던 피해자와의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 중 일부는 약물을 이용한 사기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도 유사한 형태로 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