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영아에 과다투약 인정하지만…"사망과 관계없다" 주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 중이던 12개월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다른 적정량 50배의 약물을 오투약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들이 '과다투약'은 인정하지만 이를 은폐한 것과 피해자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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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가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된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며 사과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제주지법 형사2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어제(15일) 업무상 과실과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씨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12개월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고(故) 강유림양을 담당하던 의사는 아이가 호흡곤란 증상이 있자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이 약물 5㎎을 흡입기가 아닌 정맥주사로 놓았습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 박동수 증가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영아에게 '정맥주사'로 투약할 경우 적정량은 0.1㎎입니다. 즉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약품이 오투약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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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제주경찰청이 12개월 영아에 기준치보다 50배 많은 약물을 투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제주대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에피네프린을 과다투약한 유림양은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투약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담당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아 담당 의사가 피해자에게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게 한 혐의도 받습니다.
수간호사인 B씨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도 담당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 A씨와 C씨에게 투약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도록 한 혐의를 받습니다.
C씨는 소속팀 선임 간호사인 A씨에게 특이사항을 전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A·B씨와 공모해 사건과 관련된 약물 처방 내용, 처치 등 의료 사고 기록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유림양은 투여 이튿날인 3월 12일 숨을 거뒀습니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에피네프린을 과다 투여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약물을 잘못 투약한 사실을 담당 의사에게 알리지 않아 피해자 심장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게 했다"며 "이로 인해 의료진에게 피해자를 제대로 치료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약물을 오투약한 사실과 이를 은폐하려 한 행위 등은 대체로 인정했으나, 담당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자 법원은 의료 관련 전문심리위원을 불러 기초 사실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공판은 내년 1월 19일 오후 2시 30분께 열릴 예정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