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소생위원회, 일반인 CPR "압박속도 빨랐고 심장에 혈액 덜 찼는데 압박"
통계청이 참사 이후인 지난달 16일에 발표한 2022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CPR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61.0%로 국민 10명 중 4명이 CPR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22.0%로 CPR 방법을 정확히 숙지한 사람은 10명 중 2명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급처치법을 안다"고 대답한 대학생도 10명 중 1명뿐이었습니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163명 중 '응급처치 절차와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1.7%에 그쳤습니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데 비해 저조한 수치입니다.
이런 와중, 심폐소생술(CPR)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유럽소생위원회(ERC)가 이태원 참사 당시 일반인들이 시행한 CPR에 대해 '최적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한 논문을 내놨습니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학술 논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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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소생위원회/사진=유럽소생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
오늘(15일) 유럽소생위원회(ER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소생'(Resuscitation) 최신호에는 슬로베니아 마리보르 대학 니노 피야츠코 교수, 제리 놀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소속 공동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위원회는 유럽 내 심폐소생술 교육 관련 권위 기관으로, 미국심장협회(AHA) 등과 함께 국제 소생술 교류위원회를 구성해 5년 주기로 CPR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당시 사고 현장이 담긴 10개 영상물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희생자들의 주된 사인이 압박질식(compression asphyxia)에 따른 '저산소 심정지'(hypoxic cardiac arrest)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반인들이 시행했던 심폐소생술과 관련된 세 가지 특징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목격자 중 현장에서 바로 소생술을 시행하거나 구호전문가를 도운 게 대부분 청소년이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이 청소년들이 희생자나 구호전문가를 도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게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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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0일, 한성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CPR 교육을 받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이 주목할만합니다. 위원회는 "목격자들의 심폐소생술 수준이 최적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며 "압박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이완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위원회 분석에 대해 풀어 설명하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심장에 피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은 '빈 심장' 상태에서 심장을 압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는 "CPR은 가슴을 압박해 심장에 있던 혈액을 내보낸 다음 완전히 이완해야 심장에 피가 다시 들어온다"면서 "하지만 반쯤 이완된 상태에서 또 가슴을 압박한다면 내보내지는 혈액량이 적어 피가 없는 빈 심장을 압박하는 상황이 돼 소생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원회는 이태원 참사를 교훈 삼아 심폐소생술 교육에 밀집지 압박 사고와 같은 특수 상황별 교육을 추가하고 잠재적 사고 상황을 예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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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제주 국제안전도시 4차 공인 선포식'에서 소방대원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CPR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들은 심폐소생술 교육 때 ▲팔은 권투 자세를 취할 것(주먹은 얼굴에, 팔꿈치는 양 가슴 옆에 위치시켜 폐가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라) ▲에너지와 산소를 아끼기 위해 비명을 지르지 말 것 ▲바닥에 넘어졌을 때는 태아와 같은 자세로 웅크려 주요 장기를 보호할 것 ▲군중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것 등의 대처 방안을 가르쳐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응급의학 전문가들 역시 위원회의 분석을 향후 국내 심폐소생술 교육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유환 교수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에서 심정지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