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당시 공포정치로 유명한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프랑스 어린이들은 값싼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라며 우유 가격을 절반으로 낮춰 고시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낙농업자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하나둘 젖소 사육을 포기했고, 판로가 막힌 사료업자들은 생산시설을 없앴습니다. 그 바람에 가격이 폭등한 우유는 가난한 집 어린이가 아니라,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돼버렸죠.
한국은행이 얼마 전 기준금리를 0.25%P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5%를 넘었던 예금 금리 상품은 오히려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를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높이면 시중자금을 모두 빨아들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자금이 고갈된다면서요.
하지만 예금이자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예금 금리가 높아졌다고 하나, 다락같이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노년층이나 이자생활자들은 가만히 앉아 손해를 보게 됐거든요.
정부가 예금 금리를 누른다면 당연히 대출금리도 이에 맞춰 통제해야 맞는데,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200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죠.
불만이 거세지자, 어제서야 정부는 대출금리를 주 단위로 살펴보겠다며, 사실상 대출 금리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싶은데 은행권에서는 당장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요.
예대차익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잔치를 벌이는 은행들이 할 말일까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예금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했던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웁니다.
고금리에 경제가 휘청거리니, 필요하면 정부가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개입은 땜질식 '어리석은 관치'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2천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에 신음하는 채무자와 국민이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현명한 관치'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땜질식 '금융 관치' 안된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