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코인 노래방 가는 사람'
지난해 북한은 남자친구를 줄여 '남친'으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남한식 말투가 번지자 이를 금하고 단속령을 내렸습니다.
요즘엔 남한식 작명이 번진다며 '가희, 수미, 아리, 소라' 같이 받침이 없는 이름을 콕 집어 개명까지 시키고 있습니다. '괴뢰 말찌꺼기를 없애라'면서요.
북한에서 한류의 여파는 거셉니다. 북한인권단체인 국민통일방송에 따르면 주민 50명을 인터뷰한 결과,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인 2020년 12월, 북한은 이른바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이란 걸 만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러다간 물먹은 담벼락처럼 체제가 무너진다.'라며 불호령도 내렸었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힙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단순히 보다가 적발되면 최대 징역 15년, 유포하거나 판매하다 걸리면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받게 했거든요.
올해 38살인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가 우리로 치면 MZ세대라 할 2,30대 청년에 해당하니, 한류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위협적인지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달엔 괴물 미사일이라 부르는 화성-17형 ICBM 발사장에 어린 딸 김주애를 데리고 등장했죠. 아마도 감성에 많이 흔들리는 북한 청년들에게 다정다감한 딸바보 아빠의 모습을 연출해 독재와 핵미사일 도발 이미지를 누그러트리려 한 듯한데, 글쎄요. 진짜 딸을 사랑하는 아빠라면, 그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보기에도 섬뜩한 미사일의 굉음을 듣게 할 게 아니라 세계인이 열광하는 최고 수준의 K-콘텐츠를 함께 체험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미래는 핵, 미사일 같은 무기에만 달린 게 아니라 그것을 운용할 사람의 마음에 달린 거니까요. 그 마음을, 정신을 지배하는 건 바로 문화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남한 드라마 보면 징역 15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