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함도라는 섬 아시죠?
2차 대전 기간 때 우리 국민 수백 명이 이곳에서 강제노동을 당했지만, 일본이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몇 년 전 논란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 국민이, 그것도 우리나라 땅에서 강제동원된 곳이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곳을 정부와 지자체가 스스로 없애려고 해 논란입니다.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일본은 1942년부터 3년간 탄광으로 이름난 군함도로 당시 조선인 500~800명을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켰습니다.
2015년, 일본이 한국인 강제동원 사실을 빼고 군함도를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로 세계문화유산 에 올리려 하자 우리 정부가 전면 외교전을 벌여왔습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그런데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간 인원보다 최대 20배 가까이 많은 우리 국민이 강제 노동에 시달린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바로 이곳 인천 미군기지 캠프마켓입니다."
이 미군기지 내 건물 상당수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일본이 세운 무기공장, 이른바 조병창이었습니다.
일본군이 만든 '유수명부'와 '임시군인군속계' 등의 문서에 기반해 학계가 지금까지 추산한 조병창 강제동원 인원은 1만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안고 있는 시설이 사라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조병창 부지를 소유한 국방부와 앞으로 매입할 인천시, 그리고 문화재청이 최근 조병창 시설 중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미군기지 반환의 전제 조건인 토양오염 정화를 위해 건물을 부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건물을 보존한 채 땅을 정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이 최대 47억 원이나 들어간다는 게 부담입니다.
또 정화해야 할 기한이 내년 말까지 촉박한데다, 병원 건물 보존 가치도 적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인터뷰(☎) : 인천시 관계자
- "그때 (철거하려)했던 이유가 실질적으로 (건물) 기초 보강이라든지 제반사항이 비용 문제도 있고 시간문제도 있고…"
조병창 내에 병원이 지어진 건 일제가 12세 미만 어린이들까지 무기생산에 동원하면서 팔다리가 상해를 입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역사적 증거를 지닌 건물이라 학계와 시민단체가 철거를 강하게 반대합니다.
▶ 인터뷰 : 김형회 / 부평평화복지연대 대표
- "2023년까지 정화를 마쳐야 한다고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기간은 충분히 늘릴 수 있고요. 5억~47억 원이라는 비용이 아주 큰 비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병창은 일제가 우리나라에 건설한 유일한 무기공장인데, 동아시아에 건설된 조병창 8곳 중 사실상 마지막 남은 곳이기도 합니다.
반발 여론에 국방부가 철거를 잠정 중단했지만, 토양정화 기한과 비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논란이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todif77@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심성호 VJ
영상편집 :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