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사람만을 위한 '위인설법'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통령 관저의 경우 현행법에서도 시위 금지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집무공간과 관저가 분리돼 새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여야가 서로 가려운 등 긁어주듯이 짬짬이 합의를 한 것은 그렇다 쳐도, 요즘 부쩍 심해진 과격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는 국민을 위한 고민은 얼마나 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오후 여의도 일대에선 5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 시민들은 퇴근길 엄청난 불편을 겪었죠.
광화문과 용산 일대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물론, 용산 대통령실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주말 집회로 손님 다 끊겼다, 소음에 이명까지 생겼다.'라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미 국회에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되 다른 국민의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집시법 개정안이 20건 넘게 발의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거들떠도 안 보고, 정치권이 전현직 대통령을 위한 입법만을 서두른 겁니다.
'행진합시다! 일어서세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5년 흑인 투표권에 방해와 탄압이 극심해지자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역사를 바꾼 위대한 비폭력 행진을 했습니다.
만약 이때 행진이 폭력적이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지 않게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 덧붙여 낡은 법을 서둘러 바꾸는 것, 이게 바로 여야가 입만 열면 떠드는 민생정치의 출발점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기본권 보장' 집시법은 낮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