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코 앞인데도 너무 따뜻한 탓에 일부 지역에선 개나리 같은 봄꽃이 피기도 했습니다.
사람이야 겨울이 따뜻하면 좋을 수도 있지만, 꿀벌에겐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전국 꿀벌이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기후 변화의 징후들을 소개하는 녹색경고등, 민경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월동에 들어갔어야 할 11월이지만 꿀벌들은 여전히 벌통 밖에서 활발히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한 탓입니다.
양봉업계는 지난해 악몽이 올해도 재현될까 전전긍긍입니다.
▶ 인터뷰 : 이충영 / 양봉업체 대표
- "(지난해도) 따뜻했어요. 그러니까 벌들이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나와보니 15도 이하고 얼어 죽는 거죠. 상당히 심각한 피해…. "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지난겨울 약 80억 마리의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국내 전체 꿀벌 중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습니다.
피해가 컸던 전남을 기준으로, 30도까지 올라갔던 기온이 일주일 만에 2.5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날씨가 변덕을 부렸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일별 기온의 표준편차는 5.3으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변동폭이 컸습니다.
10월은 꿀벌이 월동을 준비하는 중요한 기간인데, 기온 급변으로 먹이 채집 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이후 이어진 '따뜻한 겨울'은 결정타였습니다.
특히, 여왕벌은 낮 최고 기온이 사흘 연속 12도 이상 올라가면 알을 낳습니다.
만약 겨울에 알을 낳으면, 활동을 멈추고 월동을 하던 꿀벌들이 다시 육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 인터뷰 : 이승재 / 국가농림기상센터 연구개발부장
- "겨울벌은 여름벌과 달리 육아 기능이 본래 기능이 아니에요. 이런 일을 하는 동안에 호르몬 등 체내 변화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수명이 결국 150여 일에서 40일 정도로 감소…."
보통 12월에는 기온이 사흘 연속 12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없거나 많아야 이틀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6일이나 기록됐습니다.
올 10월에도 급격한 기온 변화가 있었던 데다 11월 말까지 이상 고온이 이어져 꿀벌들에게는 올겨울도 혹독한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온난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겨울 꿀벌 떼죽음'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 김정훈 / 한국임업진흥원 선임
- "기후대가 변하고그로 인해서 (과거) 기후에 적응해 있던 꿀벌들에게 그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
일부 농가는 양봉장에 AI까지 도입해 꿀벌 생태를 분석하는 등 양봉업계 전체가 고군분투 중입니다.
MBN뉴스 민경영입니다.[business@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김형균 VJ
영상편집 : 김상진
그래픽 :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