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대불국가산업단지의 전봇대가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원래 자동차, 기계 산업단지였지만 조선업 호황에 맞춰 대형 선박 블럭 업체가 입주하면서 문제가 생겼거든요. 30미터가 넘는 구조물이 지나야 하는데 전선줄 높이는 12미터. 그래서 전봇대를 철거하고 전선 지중화 사업을 벌이자고 한 거죠.
그런데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지자체가 재원 부담이 너무 크다며 손을 놔버렸거든요.
1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산업통상자원부 그린뉴딜 사업으로 선정됐으니 이제는 전봇대가 뽑히겠지 하지만, 반신반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256개 사 가운데 4분의 1인 25.4%가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정부 규제 때문에요.
오토바이 배달통에 달린 액정표시장치로 디지털 광고를 하려던 업체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으로의 이전을 추진 중입니다. 3년 전, 규제 유예 승인도 받았지만, 허용 대수가 100대로 제한돼 있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150억 원이 투자된 이 업체의 대표는 이미 영국 등 11개 나라가 허용하는 걸 우리는 금지하고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죠.
현 정부, 역대 정부 모두 출범하면서 한결같이 규제개혁을 약속했지만, 어찌 된 건지 다들 당선만 되면 이 얘기는 쏙 들어가 버립니다.
타다를 창업했다가 기소까지 당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2심에서 무죄 판결 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고 기득권을 편들어 혁신을 주저앉히는 데만 유능함을 보인 무능한 정치인들'이라고 꼬집었죠.
혁신 기업과 젊은 창업가들이 다 떠난 뒤에 규제개혁을 내놓고 당근책을 제시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그나마도 고치면 고맙죠. 소를 도대체 몇 마리나 잃은 뒤에야 외양간을 고치시겠습니까. 계속 안 고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대체 이 나라 백성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무너진 외양간을 바라보는 국민은 속이 타들어 갑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규제개혁 말뿐…스타트업 좌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