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2세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세대에 길을 열어주기 위해 다음 회기 때 민주당 지도부에 도전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일어나 존경을 표했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 소식을 전하며 '한 시대의 끝'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완전한 은퇴도 아닙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지역구를 둔 하원의원으로서는 계속 활동을 하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사방에서 박수를 받는 이유는 뭘까요.
다섯 아이를 기르는 전업주부로 살다 47세에 출마해 2007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선출된 펠로시는 민주주의, 여성, 인권을 위한 전투력과 강단이 남달랐습니다.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끝낼 무렵 바로 뒤에 앉아 그의 연설문을 박박 찢었던 일화는 유명하죠.
중국 천안문 사태 직후엔 천안문을 찾아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중국 공안에 구금되기도 했고,
지난 8월에는 중국의 비난과 미국 내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대만을 방문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당시 분홍색 의상도 화제가 됐는데, '분홍색은 국제적으로 괴롭힘 방지'를 의미합니다.
'음악가는 은퇴 안 한단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더는 음악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한대요. 내 안엔 아직 음악이 있어요. 확실해요'
세대교체라는 화두를 던진 펠로시를 보면 낙조는 일출보다 더 우리 가슴을 뛰게 하고, 붉게 물든 단풍은 봄의 신록보다 환상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또한 누구보다 우리에게 펠로시가 부럽게 느껴지는 건, 세대교체를 넘어 강단 있고 뚜렷한 소신을 가진 정치인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펠로시의 퇴장 왜 박수받을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