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무릎 꿇어"…만취 갑질에 꼼짝 못하는 캐디

만취 고객의 갑질로 적응장애 진단
10년간 일했던 직장까지 그만둬

한 골프장에서만 10년을 일한 베테랑 캐디(골프 경기가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보좌하는 사람)가 만취 고객의 갑질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일을 그만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제(14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만취 상태의 고객들이 충남 공주의 한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경기보조요원은 "처음 오셨을 때부터 본인들이 소주 3병을 마시고 왔다고 하더라. 9홀 끝나고 그분들 모시러 갔을 때에도 테이블 위에 막걸리 3병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뒤의 팀을 기다리게 하는 등 계속해서 경기를 지연시켰고, 담당 캐디가 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다른 직원의 만류에도 이들의 갑질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이달 초 10년 넘게 한 골프장에서만 일해온 베테랑 캐디는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사건 발생 보름여 만에 골프 클럽을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캐디에 대해 별다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엄밀히 따지면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호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7월 법 개정으로 캐디는 '특수고용직군'에 포함돼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됐지만 노동자 지위에 해당하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여전한 상황입니다.

선예랑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nyehr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