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과거 무리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나흘째 되던 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 김어준 씨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방송에서 펼친 논리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지라시도 SNS 상에 급속히 유포됐습니다.
저도 지라시를 받아본 뒤 확인해봤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발언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 마약범죄 통계 부풀렸다는 취지 발언
☞ 하지만, 통계를 보면 마약범죄가 최근 급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올해 상반기 전체 마약사범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7,562명→8,575명)
- 2022년 상반기 공급사범(밀수, 밀매, 밀조 등)은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1,835명→2,437명)
- 2021년 압수한 마약류 시가(1조 8,400억 원)는 2017년 대비 8배 급증
- 2021년 학생 마약사범은 10년 동안 5배 급증(11년 105명→21년 494명)
↑ 관세청 단속에 걸린 불법 마약 |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 전쟁 분위기를 만들어 경찰 단속을 유도했다는 취지 발언
☞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마약 예방활동에 형사들이 투입된 것은 경찰 자체적인 단속계획에 따른 것일 뿐이지 법무부나 검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찰 내부적으로 경비 인력과 마약 수사 인력은 별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김어준 씨가 말한 10월 13일 법무부장관의 지시는 ‘검찰’에 대한 지시였을 뿐 ‘경찰’에 대한 지시는 전혀 없었고, 10월 14일 대검찰청의 ’마약 민생침해범죄 총력대응‘ 보도자료에도 마약수사 관련 유관기관으로 ’경찰‘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 마약은 검찰 수사 영역 아니라는 취지 발언
☞ 현행 수사개시 규정 별표1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부터 제64조까지(마약류를 단순 소지ㆍ소유ㆍ사용ㆍ운반ㆍ관리ㆍ투약ㆍ보관한 범죄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죄,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6조부터 제11조까지에 해당하는 죄는 검찰 수사개시 범위 내에 들어 있습니다. 개정 전 수사개시 규정에 따르더라도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6조 및 제9조제1항에 해당하는 죄(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ㆍ소유의 경우로 한정)는 수사개시 대상에 들어가 있습니다.
과거 취재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이유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제(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 두 사람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하며 파행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한 장관은 단순히 해당 발언만을 문제 삼지 않고 ‘직업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황 의원이 그동안 주장했던 여러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서 “윤석열의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다. 수구 언론의 거짓과 선동이 강력히 효과를 발휘한다”고 썼다가 물의를 빚자 이튿날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또 올해 4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존 검찰 수사 영역인 6대 범죄는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고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돼야 한다”,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 “국가수사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황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서도 거친 언사를 쏟아냈습니다.
민주당은 당사자인 황 의원을 비롯해 온종일 한 장관에게 집중포화를 했습니다. 황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는 것은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 장관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한 장관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한 장관은 예결위 파행 현장에서도 유감을 표현했을
법조계 관계자는 “온 국민이 비통해하는 시기에 이런 공방이 벌어지는 것이 개탄스럽다”라면서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면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분명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