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 주변 상인 욕하는 글 보며 화나고 원망스러워"
↑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추모 쪽지들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상담 치료를 받으며 그 과정을 기록한 글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3일부터 소셜 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해당 글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 후 상담 치료 과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있었다고 알려졌으며 "저는 사실 생존자는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압박이 갑자기 심해져 발이 (땅에) 안 닿았던 것도 맞지만, 숨쉬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술집에서 문을 열어주고 대피해서 잘 살아남았다"고 했습니다.
또 "10시 40분쯤부터는 '아 살았다. 이제 그럼 술 먹고 놀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며 "참사 생존자로 분류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A씨가 정신과 의사에게 "아무래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자 의사는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게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라고 답한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A씨는 "무자비하게 주변 상인들을 욕하는 SNS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고 화가 나고 원망스러웠다"며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또 죄책감이 커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죄책감이라기보다는 제 자신이 좀 징그럽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 40분에 구출된 후 상황 파악이 되기 전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신나게 춤을 췄다고 전하며 "그때는 몰랐다. 신나게 놀던 우리 뒤로 구급요원이 들것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는걸.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죄책감이 아니라 제 자신이 징그러운 인간인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너무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구조를 돕지 못했던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A씨는 계속해서 상담 기록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고 누리꾼들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서 A씨는 (의사) 선생님께 "참사 이후 혼자 고립되어 꾹꾹 참는 것 보다 슬픔을 타인에게 공유했을 때 그 슬픔으로 타인이 위로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트위터나 커뮤니티 등에 글로 연재하듯이 공유해보라"고 권유받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글 써주셔서 너무 고맙고 마음 아프다", "마음 아프지만 꼭 필요한 글인 것 같다", "죄책감 가지지 말고 모두가 잘 회복했으면" "시종일관 담담한데 그게 더 사람 마음을 후벼 판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도 자신의 SNS에 그의 글을 공유하며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겠다.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 눈물이 난다면 눈물을 좀 흘려도, 화내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24시간 운영되는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 1577-0199에서 상담받을 수 있으며 거주지별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돼 지속적인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