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 직후 출입이 통제된 이태원 거리 / 사진=연합뉴스 |
그 후로 수많은 메시지가 날아 왔고, 결국 다음 날 오전까지 부서원 전원 출근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야. “아 정말 큰일이 났구나” 싶었습니다.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 거지? 10명? 20명? 설마 50명까진 안 되겠지?” 당장 다음 날 새벽에 출근을 해야 했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냥 큰일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밤사이 이태원 한 곳에서 156명이 사망하고 200명에 가까운 사람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4일 기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골목 /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7월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 실태와 개선방안>이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기본적으론 폭이 12m 미만인 ‘생활도로’를 연구한 보고서이지만, 지리정보시스템(GIS)를 이용해 폭 4m 미만 도로의 데이터도 따로 분리해냈습니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저희 취재팀이 조금 더 가공해봤는데요. 서울 시내 전체 도로는 8,282km. 이 가운데 폭 4m 미만의 좁은 도로는 1,907km 였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23%. 그러니까 도로 길이를 기준으로 보면 4곳 중 1곳은 폭 4m 미만이란 뜻이죠.
이런 도로는 어디에 가장 많았을까요? 서울시 자치구 25개를 기준으로 비교해봤는데요. 가장 비율이 높았던 자치구 상위 10곳을 뽑아 아래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 MBN 방송 캡처11 |
한강 이남 지역보다는 강북 지역 그 중에서도 사대문을 중심으로 한 도심 지역의 비율이 높았는데요. 대표적인 구시가지들이죠.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몇백 년에 걸쳐 형성된 길이기에 당연히 좁고 구불구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연구원이 이 보고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뭘까요?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보고서의 마지막 파트 <생활도로에서의 시설물 관리 개선방안> 부분을 보겠습니다. 폭 4m 미만 도로를 콕 집은 내용이 있네요.
↑ MBN 방송 캡처 |
연구는 서울시 각 자치구가 이런 좁은 도로에 대해 높은 정책적 우선 순위를 두고, 정비 및 재생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납니다. 이 보고서는 서울시 안전총괄실에 제출됐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지 1년 반이 다 돼 가지만, 정책에 제대로 반영 되진 않았습니다. 우리 주변 골목들은 여전히 좁고 위태롭습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첫 번째 핵심사업은 ‘365일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도시 서울’입니다.
↑ 서울 종로구의 한 좁은 골목 |
한 작가는 거리와 길은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길은 도착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다면, 거리는 경험이라는 과정의 성격을 지닌다.”(『도시를 걷다』, 이훈길) 돌이켜보면 이번
[민경영 기자 busines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