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공습경보가 발령됐던 울릉도는 하루 만에 다시 일상을 되찾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대피할 곳도 찾지 못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였는데요.
울릉읍에 몰려 있는 대피소 8곳을 둘러봤더니 엉망이었습니다.
대피소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박상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공습경보와 함께 대피 명령이 내려져도 주민들 대부분은 대피소로 달려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습니다.
▶ 인터뷰 : 서정희 / 경북 울릉군 태하항
- "전부 다 집에 있었지, 이 사람도 집에 있고, 저 사람도 집에 있고…."
▶ 인터뷰 : 장우득 / 경북 울릉군 서면
- "집에서 안 나왔지 뭐. (갈 데가 없어서요?) 예."
울릉군에 있는 지하 대피소는 모두 8곳, 수용 가능 인원은 3,170명으로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이곳은 울릉군청 지하 대피소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기계실과 예비군 소대 사무실이 있는데요. 장소가 워낙 좁은데다 안에는 각종 장비들이 놓여 있다 보니 200여 명 공무원조차 다 수용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울릉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건의료원 대피소로 가봤습니다.
1,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들어가 보니 장례식장이었고, 수용 인원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상태였습니다.
▶ 인터뷰 : 울릉군 보건의료원 관계자
- "만약에 영안실에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면 여기 (대피하러) 오지도 못한다니까요."
다른 대피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부분 창고나 기계실로 쓰였는데, 아예 입구가 막혀 있거나 천정이 낮아 허리를 펴기 어려운 곳도 있었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이곳은 지하대피소로 지정된 울릉도의 한 공영주차장입니다. 그런데 말로만 지하일 뿐 도로와 인접해 있는 지상 대피소나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대피소 8곳이 모두 울릉읍에만 있다는 건데, 나머지 서면과 북면에는 섬의 특성상 지하로 된 건물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울릉군 서면 주민
- "(건물) 지하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곳이 더 많죠."
▶ 인터뷰 : 박해순 / 경북 울릉군 서면
- "나중에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때 또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예요."
울릉군은 당장 활용 가능한 터널 9곳을 민방위 대피 장소로 추가 지정하고, 서해 5도처럼 벙커형 대피시설을 건립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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