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한 터널에 갇힌 회사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구조가 난항을 겪으면서, 피해액을 따지며 손을 놓으려는 여론이 조성되자, 아내가 이렇게 절규합니다. 그 안에 한 명이 아직 살아있다고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이런 일이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북 봉화에서 지난달 26일 무너진 아연 채굴광산 지하 190m 아래 2명의 광부가 갇혔는데, 9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조를 못 하고 있거든요.
사실 처음엔 희망이 컸었습니다. 사고 4일째 대형 시추장비를 동원해 천공 작업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죠. 구조 활동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도면'이 틀려 실제 사고 장소와 30m나 떨어진 엉뚱한 곳을 뚫었거든요. 도면이 22년이나 된 오래된 데다 그동안 지형변화로 실제와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사고 발생도 그렇고, 초기 대응도 '안전 불감증'이나 '늑장 대처'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갱도가 붕괴하고 14시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가 이뤄졌고, 고립된 가족들에게도 제때 통보를 하지 않았죠.
해당 업체는 지난 8월에도 동일한 수직갱의 다른 지점에서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감독기관으로부터 지반 침하 및 붕괴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안전명령' 조치도 받았었죠.
매몰 현장 주변에선 '다 죽고 나서야 구조할 거냐'라는 원망의 소리도 나옵니다. 당초 이르면 사흘이면 될 것이라고 했던 구조 시점이 계속 밀리면서, 가족들은 희망 고문에 시달리다 이젠 탈진 직전입니다.
유명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그 안에 갇혀있더라도 이렇게 안이하게 일을 진행했을까요.
대한민국 국민 1명 1명은 모두 소중합니다. 지위나 신분에 의해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난맥상을 보인 정부에 또 묻게 되네요.
우리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22년 전 도면' 보고 땅 뚫다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