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경찰이 막을 수 있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우려' 신고

오후 6시부터 사고 골목 '압사' 언급 신고 접수돼
경찰 통제·단속 요구 빗발쳤지만, 경찰력 투입 없어
윤희근 경찰청장, 참사 전후 대처 미흡 대국민 사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시민들로부터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 불편 신고'였다는 경찰의 해명과는 달리 시민들은 '인파에 의한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경찰 통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어제(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총 11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특히 첫 번째 신고부터 '해밀톤 호텔 골목'을 지목해 '압사' 위험을 경고했으며 잇따른 신고에서도 8차례 더 '압사'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러나 11건의 신고 중 경찰이 실제 출동한 것은 4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7건은 현장 경찰관에게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제때 경력이 투입되었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사진 = 연합뉴스

첫 신고는 오후 6시 34분이었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 호텔 부근을 언급하며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라며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인파가 너무 많다. 통제 좀 해줘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합니다.

오후 8시 9분께 들어온 두 번째 신고 역시 인파를 우려합니다. "여기 사람들이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돼서 밀치고 난리가 나 넘어지고 다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신고 이후에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가 날 것 같다", "통제가 안 된다", "사람들이 거의 압사 당하고 있다" 등 사고를 예감한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집니다.

특히 오후 9시에 들어온 신고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는 비명이 두 차례 들렸습니다. 이 전화가 끊기고 4분 뒤, 오후 10시 15분께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좁고 경사가 있는 골목길에서 다수가 넘어지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어제(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입장을 표명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사진 = 연합뉴스

이에 어제(1일)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특히 이번 참사 직전 다수의 112 신고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사고를 막지 못했음을 시인했습니다.

윤 청장은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큰 충격을 받은 국민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습니다.

더불어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겠다며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won29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