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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역 지하철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최근 서울 소재 한 중견기업 공채에 지원한 20대 취업준비생 A씨. 서류전형과 실무전형 등을 거쳐 최종 면접만을 앞두고 있던 그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했다. 면접장으로 향하던 지난 25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인 것.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에서 겨우 내린 A씨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린 다른 시민들도 급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A씨는 "8시 30분에 갈 줄 알았는데 도착하니 9시 30분이 넘었더라. 면접은 9시였다"며 "화도 나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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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엿새 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전장연 관계자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에 따르면 전장연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모두 오전 출근시간대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방식과 장소, 형태 등은 상이했으나, 역마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열차가 지연됐다.
이달 중순 들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무죄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수위가 한층 더 거세진 모습이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고 버스 운행을 막은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지난 25일의 경우 4호선과 5호선, 9호선 일대에서 '제4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이뤄졌다. 여러 호선이 비슷한 시간대에 연착되면서 오전 출근시간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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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9호선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기재부가 대외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장연의 주장이다. 단체는 또 국회를 향해서도 "장애인의 권리예산과 권리입법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 중이다.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는 분위기다. 시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단 비판도 나온다.
평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30대 직장인 B씨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말에 누가 반박하겠느냐"면서도 "문제는 출근시간대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볼모로 잡고 시위를 한다는 점이다. 내 시간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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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19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박경석 대표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규탄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사진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전장연의 시위로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C씨는 "회사가 전장연 사무실 근처다.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해 시위를 자주 경험했다"며 "처음에는 마냥 싫었는데 저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은 저상버스 도입, 시외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 등 전장연의 주요 요구 사항에 대
반면 전장연의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35%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23%)보다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시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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