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와 사귀려고 '신내림 보살' 연기하고 아내 살해한 40대 남성 무기징역

↑ 가스라이팅 / 사진 = 연합뉴스

처제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사실혼 관계이던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성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습니다.

A씨는 지난 5월 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자택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4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와 B씨는 2019년 한 실내 골프장에서 만나 교제했고, 이후 동거했습니다. 이듬해부터 A씨는 보살을 믿는 B씨에게 ‘용한 보살’을 소개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B씨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보살은 A씨고, 보살의 연락처는 A씨의 또 다른 내연녀의 휴대전화 번호였습니다. 보살은 B씨에게 “A씨가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거나 “어머니가 병환이 심각해 곧 사망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A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거다”며 “신체 여러 곳에 ‘타투’를 해야 하고, 얼굴과 몸을 성형수술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B씨는 보살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2년 간 A씨에게 조종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의 둘째 여동생 C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A씨는 C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고, 모친의 사망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라는 것을 파악하고 또 다시 보살로 위장해 C씨에게 접근했습니다.

A씨는 보살인 척 하며 C씨에게 “형부님 얼굴을 많이 보시고 가까이 하십시오”, “기대고 의지하십시오”, “스킨십을 많이 하십시오”, “내년 2월28일까지 그 누구와도 성관계를 맺으시면 안 됩니다”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만 사라지면 C씨와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해 살해를 결심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5월 16일, A씨는 다시 보살 연기를 하며 B씨의 사체를 은닉하기 위해 B씨에게 가방을 구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건 당일인 5월 18일,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했고, B씨를 살해했습니다. 이어 A씨는 B씨의 사체를 이불에 감싼 뒤 B씨가 산 가방에 넣었습니다. 이후 그는 B씨인 척 C씨와 그 가족들에게 “내가 형부를 배신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한 C씨와 연인관계가 되기 위해 “네가 형부랑 더 맞아” 등 자신과의 만남을 유도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로인해 C씨는 언니에 대한 배신감과 걱정,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B씨 가족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사흘 뒤 경찰에 B씨의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A씨는 과거에도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개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범행을 실토한 A씨는 재판에서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습니다.

1심을 맡은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충분히 잔혹한 데다 범행 이후 태도는 기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며 "또 피고인은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반사회적 성향이 관찰되고 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