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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 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수원과 한전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의 APR1400 원전 기술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 상 무단 이전을 금지한 수출통제 대상이어서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의 승인·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008년 '시스템 80' 원전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한수원이 이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APR1400 기술을 들고 폴란드 원전 사업 수주에 뛰어들자 차단에 나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다른 원전 사업 발주 국가도 언급하며 한국의 독자적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한수원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4기를 수출할 당시 해당 기술을 사용했고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로 기술 자문료 등을 지급한 뒤 사용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신고리와 한울 원전 건설 과정에서 기술 국산화를 이뤄 한국형 원전 APR1400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폴란드 원전 수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측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중이다"며 "사업 입찰 등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기 힘들지만 견제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 정부가 신규 원전 수주 사업에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폴란드 정부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발주할 총 6기의 원전 가운데 첫 번째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23일(현지 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도 "미국이 명확히 해주길 바라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결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수출은 한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자 한·미 간 협력을 약속한 분야다. 윤 대통령은 25일 시정연설에서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제3국 원전 시장 진출 등 원자력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 한수원이 폴란드 원전 수주에 실패하고 소송에서 진다면 이 문제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에 이은 또 다른 한·미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폴란드는 6~9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신규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첫 번째 원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원전 사업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고, 웨스팅하우스가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다만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찾아 원전 사업에 대한 논의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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