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와 미친듯한 충격"…긴박했던 비상 착륙 순간

"5초 이상 충격 가해져, 사람들 무서움에 울고불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송구한 마음, 상황 수습 만전 기하겠다" 사죄

↑ 활주로 이탈사고로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밤 대한항공 여객기가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악천후로 활주로를 이탈해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났던 순간에 있었던 승객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어제(24일) 필리핀 세부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났던 KE631 탑승했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는 "비상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후 랜딩을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들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엔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승무원들이 '머리 박아(head down)'를 반복해서 말하며 소리 지르고 계셨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으라는데 임산부라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그러다 생각보다 스무스한 랜딩에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웃으며 박수치며 안도했다. 하지만 남편한테 '아직 고개 들지마, 혹시 모르니까 고개 숙여'라고 하자마자 '쾅! 콰앙'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친듯한 충격이 가해졌다"며 "5초 이상 충격이 가해진 것 같다. 비행기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승무원들이 화재 등 혹시 모를 위험을 확인하느라 바로 탈출하진 못하다가 이후 펼친 미끄럼틀을 통해 내려왔다고 합니다. 탈출 후에도 비행기 폭발 위험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또 "탈출 직후 구글맵을 켜 보니 비행기가 공항 끄트머리에 있었다. 500m~1km만 더 갔어도 민가 덮칠 뻔했다"며 "랜딩 자체는 순조로웠는데 비 때문인지 속도가 생각만큼 줄지 않고 미끄러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가 난 여객기에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어제 사과문을 올리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탑승객들과 가족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상황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탑승객들을 불편함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해당 여객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던 승객들을 태우기 위한 대체 항공편을 보낼 예정입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