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1년 넘게 성희롱…끔찍했던 기상관측선

"앞에서 성행위 묘사하는 동작 하거나 '사랑한다' 메모까지 보내"
"기상관측선, 군대보다 더 폐쇄적이고 군기가 센 곳…신고 못했다"

↑ 국내 최초 기상관측선 '기상1호' / 사진 = 기상청 제공

기상청 직원이 1년 넘게 동성 부하직원을 성희롱 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8일 KBS 보도에 따르면, 국내 유일 기상 관측선 '기상 1호'에서 해양관측 업무를 맡은 A 씨는 동성인 상사 B 씨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기상1호는 1년 중 약 200일 가량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는 폐쇄적인 공간입니다.

A 씨는 이곳에서 B 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지만, 근무 분위기를 망칠까봐 신고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A 씨는 "(기상 1호는)군대보다 더 폐쇄적이고 군기가 센 곳이라 잘못 찍히면 그게 평생 간다"고 강조했습니다.

B 씨는 A 씨 앞에서 직접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하거나 '사랑한다'는 메모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년이 넘도록 이런 행동이 이어지자 A 씨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지난 8월 휴직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A 씨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성희롱 피해자 C 씨는 "B 씨의 성희롱 발언으로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근무가 어렵다고 판단돼 석 달 만에 공무원 생활을 그만뒀다"고 털어놨습니다.

기상청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는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보고 B 씨에 대한 징계와 함께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에 대한 대응을 기상청에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여전히 기상 1호에서 근무 중입니다.

기상청은 조사 결과를 인사혁신처에 보냈지만 아직 인사 조처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