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은 관광객을 그러모으며 지역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적자가 쌓이더니 이젠 멀쩡한 세트장도 줄줄이 철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포커스M, 정치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인천 무의도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입니다.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아 놓았는데, 곳곳이 낡았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지도 꽤 되었습니다.
▶ 인터뷰 : 방문객
- "그냥 철거하는 게 답인 거 같아요. 없어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2007년 드라마가 끝난 후 사실상 방치되다 결국 안전 문제로 철거 대상이 됐습니다.
원자력발전기금 30억 원이 들어간 간절곶 세트장 역시 부수기로 했습니다.
아쉽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지만, 연평균 1억 원에 이르는 보수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인터뷰 : 김병주 / 충남 당진시
- "경치도 좋은데 드라마 세트장이 방치되어 출입 금지되어 좀 아쉽네요."
137억 원을 투자하면서 2007년 당시 국내 최대 촬영장으로 꼽혔던 나주영상테마파크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로 가건물인 다른 세트장과 달리 튼튼하게 지어져 최근까지도 드라마 촬영이 이어졌지만,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휴일에는 그나마 찾는 발길이 있다지만 이처럼 평일에는 적막만 흐릅니다. 결국, 내년에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개장 초기 한 해 60만 명이나 되던 관람객 수가 10여 년이 지나면서 급감해, 결국 부수고 새로 박물관을 짓기로 했습니다.
세트장의 수입원은 입장료와 임대료인데, 찾는 손님은 갈수록 줄고, 촬영을 하면 방문객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무상으로 유치하다 보니 임대 수입도 거의 없습니다.
예산을 더 들여 세트장을 보수해도 예전처럼 관광객이 다시 늘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세트장 담당 공무원
-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재투자는 어렵고,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와서 촬영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유행이 빨리 변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도 그만큼 빠르게 식어 시간이 갈수록 방문객이 줄기 때문에 세트장 유지가 어렵습니다.
또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처럼 실감 나는 현장 세트장이 덜 필요한 것도 점점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김명성 /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
- "디지털화를 겨냥한 영상제작 기술에 발맞춘 수익 창출 모델을 찾지 못하다 보니까 (폐쇄가) 벌어지고 있죠. 자치단체도 늦었지만 영상 제작 유행에 맞는 정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한때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했던 세트장, 이젠 애물단지가 되면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남게 됐습니다.
포커스M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김 원 기자 오현석 VJ
영상편집 :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