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쫓아야 한다"며 굿하다 10대女 숨지게 한 무속인…1심서 금고 2년

↑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사진 제공 = 서울고등법원]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며 퇴마굿을 하다가 10대 여아를 숨지게 한 무속인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양환승 부장판사)은 중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지적장애 1급을 앓고 있는 자신의 딸에게 굿을 해달라는 한 여성의 의뢰를 받았다. A씨는 피해자 B(19)양에게 빙의된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퇴마굿을 벌였다.
A씨는 굿을 하는 과정에서 한쪽 손을 B양의 입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가슴을 누르는 등 약 15분 동안 강제로 구토를 유발하게 했다.
이로 인해 B양은 강제 구토로 인한 기도 폐쇄로 질식했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양이 특이체질이라 사망했을 뿐 자신의 행동과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A씨의 중대 과실로 B양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바닥에 눕혀진 상태에서 구토하면 질식으로 인한 호흡정지가 나타나는 건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A씨가 주의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를 죽음으로까지 가게 한 행위는 중대한 과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별다른 의학지식이 없으면서도 신체 위해 행위를 지속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서 "본인의 잘못으로 안타까운 생명이 사그라졌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