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혼자 어떡하라구"…상사에 말대꾸했다고 '초교 없는' 외딴섬 발령

상사에게 말대꾸했다고 초등학교도 없는 외딴섬에 발령, 어린 딸과 생이별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다.
17일 SBS 보도에 따르면 강화도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지역농협 직원 A씨는 지난달 19일 이곳 서강화농협 볼음분점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당장 이틀 뒤부터 옮기라는 발령이었다.
A씨는 인사 발령 사흘 전 조합장과 면담이 발단이었다고 언급했다. 지점 순회를 나온 조합장이 지점장실로 A씨를 불러들였다.
당시 A씨가 녹음한 내용에 따르면 손님 응대에 문제가 있다는 질책에 몇 차례 그렇지 않다고 하자, 조합장은 그 자리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볼음도로 발령내라고 지시했다.
결국 볼음도로 근무지를 옮긴 A씨는 홀로 키우는 9살 초등학생 딸이 다닐 학교를 알아봤는데 그곳에는 초등학교가 없었다.
볼음도 한 주민은 "혼자 애를 키우고 있으면서 이런데로 발령을 낸다는 건… (인근 섬인) 주문도만 갔어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볼음도는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곳으로, 하루 왕복 배편이 3번에 불과하다.
주민 200여 명이 사는 이곳에는 직원 2명만 근무하는 농협이 유일한 은행이다.
A씨 딸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지역 아동센터로 가서 저녁 식사까지는 해결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긴 밤을 홀로 보내야 하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 딸을 돌봐주던 친구 아버지도 최근 사정이 생겨 더는 등하굣길 등을 챙겨줄 수 없게 됐다. 결국 떨어져 지낸 지 2주 만에 딸을 볼음도로 데려오기로 했다.
A씨는 "애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해서 좀 울었어요 밤에.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다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데려왔다"고 말했다. 강화에 있는 학교에는 이제 갈 수 없어 일단 1년에 최대 57일까지 가능한 가정학습을 신청할 생각이다.
강화도교육지원청은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있으나 교육시설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외에 별도의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농협 조합장은 면담 때 태도 문제로 발령을 낸 걸 인정하면서, A씨가 사과하면 인사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