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신장, 어머니는 시신 기증…대 잇는 아름다운 나눔

↑ 자녀들과 함께한 고 김종숙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앞줄 왼쪽 세번째 김종숙씨, 두번째 백창전씨) [사진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90대 어머니와 60대 딸이 모두 생명 나눔에 앞장선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한 고 김종숙 씨(92)의 시신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김씨는 사망 전 마지막 순간 국내 의학발전에 기여해 고통받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자신의 신체를 기증할 뜻을 밝혔다. 유족들 역시 고인의 뜻을 이어가고자 조의금의 일부인 100만원을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기부했다.
김씨의 이같은 선택은 딸 백창전 씨(68)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가정을 잃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백씨는 지난 2009년 생면부지의 신부전 환자에게 대가 없이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백씨는 "신장 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 반대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흔쾌히 동의해주시며 칭찬해주셨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백씨의 나눔은 릴레이 신장 기증으로 이어져 4명의 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게 됐다. 이런 딸의 활동을 지켜본 김씨 역시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장기와 시신을 기증할 의사를 전했다. 고령의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의 뜻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평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고자 하셨기에 시신을 기증해 사람의 몸을 공부하는 의학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하늘에서도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평생 남을 위해 희생하시고 마지막까지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어머니와 그 결정에 솔선수범한 따님께 감사드린다"며 "고인의 이웃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숭고한 생명나눔이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