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과도한 요청사항을 빼곡히 적는 고객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 치킨집으로 추정되는 매장의 주문서 사진이 올라왔다.
주문서의 요청사항란은 공백 없이 빼곡하게 적혔다. 주문자는 '마스크 꼭 끼고 요리 부탁' '봉투 꼼꼼히 무 꽉 채워서 예쁘게 넣어달라' '정량 안 떨어지게 넉넉히 바싹하게 튀겨달라' '오토바이 소리 안 나게' '강아지 있으니 벨 노크하지 말라' '문 앞 의자 위에 흙 안 묻게 올리고 문자 전송 부탁' '절대 안 식게 해달라' '수저 포크 챙겨서 소금은 빼고'라고 요청했다.
이를 본 자영업자들은 "저건 주문취소 해야 한다" "어질어질하다" "숨 막힌다" "상식밖의 사람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배달 앱에서 고객의 무리한 요청사항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서 '아이가 순살을 좋아해서 몇 조각만 넣어주심 감사' '식구가 다섯이라 치즈볼 다섯 개 챙겨주면 (리뷰) 예쁘게 작성'이라고 쓴 고객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또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 주문하면서 '아이랑 먹을 거라 위생에 더 신경 써 달라. 물티슈 20개, 냅킨 많이, 온수 1컵'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각종 앱을 통한 포장이나 배달 주문이 늘면서 고객의 리뷰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자영업자들은 무리한 요구사항이라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발표한 '배달앱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피해 경험으로는 ▲소비자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전가(79.0%·중복응답) ▲이유 없는 부정적인 평가(71.7%) ▲리뷰를 담보로 하는 무리한 서비스 요구(59.7%) 등이 있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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