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수 "대북경협, 진보·보수 모두 순진, 방법론상 차이였을 뿐"
![]() |
↑ 판문점에서 보이는 개성공단 / 사진 = 연합뉴스 |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역대 정권들이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순진하게 기대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진보는 '먼저 주면 태도가 변하겠지'라고, 보수는 '안주면 태도가 변하겠지'라며 대북 경협정책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1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한 '국가안보와 전략'에서 역대 정부의 남북경협 정책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김영삼 정부의 남북경협 정책에 북핵 문제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한다며 '좌충우돌(左衝右突)'로 표현했습니다.
초반에는 남북경협을 위해 상당한 노력 했지만,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대결적으로 바뀌었는데,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가 성사되자 다시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민족 우선'을 중심으로 전향적인 대북 인식을 드러냈지만, 취임 100일 만에 기자회견을 통해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겉만 화려하고 속은 부실하다는 의미의 '문과기실(文過其實)'로 표현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며 적극적으로 경협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낮은 경제 수준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이전 김대중 정부와 동일하게 남북경협을 추진해 '전철답습(前轍踏襲)'으로 표현했습니다.
조 교수는 "남북경협의 장기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민간 주도로 변화했어야 하지만, 정부 주도·지원 방식, 대형 남북경협 선호는 그대로 이어졌고 규모와 속도에서는 오히려 김대중 정부를 앞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질적인 대북정책을 펼치고자 했지만, '5·24 조치'를 발표하며 임기 내내 강경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성급하게 행동하다가 해를 키웠다'는 의미인 '구화투신(救火投薪)'으로 표현했습니다.
북한과 '신뢰 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2016년 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해 오히려 남북경협이 완전히 단절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바랐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고 표현했습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로 싸늘하게 식었습
조 교수는 "'먼저 주면 변하겠지'의 진보 정부의 인식과 '안 주면 변하겠지'의 보수 정부의 인식 모두 순진하기는 마찬가지이며, 방법론상의 차이였을 뿐이다"이라며 "미래 산업구조 변화와 효과성·수익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