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 아띠, 아라,
요즘 이런 순우리말로 알려진 단어들이 상표나 지명으로 많이 사용되죠?
그런데 이런 단어들이 어원도 불분명한 가짜 순우리말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 576번째 한글날을 맞이해서 이연제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 스탠딩 : 이연제 / 기자
- "'가짜 순우리말' 들어보셨나요? 흔히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순우리말이 아니거나 어원이 불분명한 단어를 의미하는데요. 당장 이 광화문광장 근처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만든 이 식당가의 이름은 '아띠'입니다.
▶ 인터뷰 : 김윤겸 / 서울 은평구
- "('아띠'가 순우리말 같나요?) 순우리말 같아요."
▶ 인터뷰 : 이서윤 / 경기 화성시
- "약간 순우리말 느낌이 있고, 여기 주변에 세종대왕 동상도 있고 하니까…."
'아띠'는 친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어원이 불분명한 가짜 순우리말입니다.
이런 가짜 순우리말은 지명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 개통된 아라뱃길입니다. 당시 정부는 '아라'가 '바다'의 옛 말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는 가짜 순우리말입니다".
비가 그친 뒤 맑은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알려진 해밀.
뜻과 어감이 좋아 널리 쓰이면서 세종시엔 '해밀동'이라는 행정구역까지 만들어졌는데 알고보면 국적 불명의 단어입니다.
▶ 인터뷰(☎) : 이관규 /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해밀은 맨 처음부터 그냥 아예 외국 말 이 느낌을 의도했던 것 같고….문헌이나 이런 거는 현재로서는 (근거를) 밝혀낼 수가 없습니다."
그 밖에 일상 생활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가온, 가리온, 나르샤 등의 말들도 모두 가짜 순우리말입니다.
가짜 순우리말의 범람을 막는 대책 중 하나는 옛날에 어떤 우리말이 존재했는지, 우리말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는 겁니다.
바로 국립국어원이 국어 어휘 역사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 인터뷰 : 이대성 / 국립국어원 사전팀장
- "지금 현대의 의미뿐만 아니라 말의 역사까지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울러야만 비로소 그 말의 온전한 뜻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올해로 제 576번째 돌을 맞은 한글날.
오늘만큼은 진정한 순우리말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MBN뉴스 이연제입니다.
[yeonjelee@mbn.co.kr]
영상취재 : 이동학 기자·김형균 VJ
영상편집 : 이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