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엄마, 자녀 목소리 이용한 보이스피싱에 3,700만 원 날릴뻔

아들·경찰·택시조합의 공조로 큰 피해 막아

↑ 보이스피싱 / 사진=연합뉴스

경기 가평군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딸이 지금 보증을 잘못 서서 잡혀 있으니 당장 돈을 가져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20일 아침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를 당한 A씨는 3,700만 원을 현금으로 찾아 보이스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 영등포구로 갔습니다.

당시 집에 함께 있었던 A씨의 아들 B씨 역시 전화기 화면에 뜬 이름과 목소리가 여동생이 확실하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놀랐다고 전해졌습니다.

"딸에게 다시 전화를 걸면 딸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에 모자는 전화해볼 수 없었습니다.

A씨가 집을 떠난 뒤에야 B씨는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매제를 통해 여동생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B씨와 경찰, 택시조합이 함께 A씨가 탄 택시를 돌리기 위해 작전을 펼쳤습니다.

신고받은 즉시 가평경찰서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탄 택시 번호를 추적하고 택시조합 측을 통해 택시 기사의 연락처까지 확보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화로 계속해서 협박받고 있던 A씨는 "엄마, 지금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거다"라는 아들의 말을 믿지 못했고 택시 기사를 통해 경찰관까지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괜히 아들까지 큰일 당할 수 있다"며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설득과 택시 기사의 협조로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 택시를 돌려 A씨는 무사히 현금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들 B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화기에서 진짜 목소리를 들었다고 믿어서인지, 엄마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나중에 스피커폰으로 3자 통화를 하고 나서야 엄마가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어머니가 집을 나서기 전에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못해 말리지 못했는데 다행히 경찰에서 신속히 대처를 해줬다"며 "나중에 보니 택시기사분이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이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줘서 우리 가족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가평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예방 공로로 가평군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장과 택시 기사에게 지난달 26일 감사장을 수여하고, 이문수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지난 6일 직접 형사팀을 방문해 표창을 수여했습니다.

A씨 사례처럼 자녀에게 문제가 생긴 것처럼 협박하는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을 보면, 30·40대에서는 저리 대출 빙자가 38%,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가족·지인 사칭이 48.4%로 가장 많았다. 특히 50대와 60대 이상은 성인 자녀를 둔 세대라는 점을 노린 사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달 6일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과 정부 지원 대출·채무 조정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