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가마를 타고 편히 다녀오라 했지만, 백범은 걸어서 갔고 품질 좋은 뽕나무를 찾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출장 여비를 정산해 130냥은 돌려주었습니다. 사용 명세엔 '짚신 한 켤레 얼마, 냉면 한 그릇 얼마를 합해 총 70냥'이라고 조목조목 적었죠. 이게 소문나자 백범이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은 담뱃대를 감추고 경의를 표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법인카드 사용 백태가 드러났죠. 한전 서울본부 기획관리실 경영지원부는 지난해 3월 유명 한우 전문점에서 오찬을 한 뒤 409만 91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점심치고 액수가 상식 밖인 것도 문제지만, 당시는 코로나19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던 땝니다.
2020년 11월 말에는 서울본부 전력사업처 배전운영부가 고급 일식당에서 70만 5천455원을, 같은 해 11월 서울본부의 마포용산지사 고객지원부는 112만 4천536원을, 다음날 기획관리실 재무자재부 역시 177만 496원을 식비로 썼습니다.
한전은 현재 총 2,636개의 법인카드를 사용 중인데, 이 외에도 부적절한 집행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3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 영업적자(5조 9천억 원)를 이미 2배 넘게 웃돌고 있고, 이 적자를 해소한다며 올해 전기요금도 잇따라 올리고 있죠.
그런데도 한전과 자회사에서 신규 채용한 인력과 인건비는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한전의 경우 2012∼2016년 4천6백여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2017∼2021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7천7백여명의 신입을 뽑았거든요. 인건비는 2017년 3조 2천억 원에서 지난해 4조 천6백억 원으로 약 30% 증가했죠.
보통 사람이 힘들 땐, 내 씀씀이를 줄이면서 좀 도와달라고 하지 않나요. 내 씀씀이는 헤프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와닿을까요.
백범 같은 청렴함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해야죠. 한전은 혈세로 돌아가는 회삽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14조 적자에도 회삿돈 '펑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