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문자 보고' 논란이 벌어졌지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보고'하는 듯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포착됐거든요.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에서는 '이래도 감사원이 독립기관이 맞느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고, 언론에서도 '앞에선 독립기관, 뒤에선 문자 보고'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건 감사원이 대통령의 직속 기관인지 독립기관인지 당최 종잡기 힘든, 애매한 위상 때문입니다. 감사원 홈페이지에조차 '대통령 소속 기구로 되어 있으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된 지위를 갖고 있다.'라고 헷갈리는 안내를 하고 있죠.
사실 지금 감사원의 독립성을 두고 피를 토할 듯 비판을 쏟아내는 민주당도, 집권 시절엔 감사원을 방패막이 삼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감사원의 독립을 약속했지만, 핵심인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 보고를 없애지 못했죠. 또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감사와 박근혜 정부 때 수리온 헬기 사업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는 등 전 정권 적폐 수사에 감사원을 동원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감사원 격인 미 회계감사원은 의회에 소속된 독립기구로 대통령과 백악관에 대한 따끔한 비판에 거침이 없습니다. 일찌감치 각 분야 전문가를 대거 확보해 연간 천 건이 넘는 평가서가 의회에 제출되죠. 그리고 국가안보 사항을 빼곤 모두 국민에게 공개됩니다.
살아있는 권력엔 고개 숙이고, 물러난 뒤엔 추상같은 감사기관을 국민이 신뢰할까요.
여야 공수교대 때마다 이현령비현령식 논쟁이 되는 감사원의 독립성, 이럴 바엔 아예 이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감사기구를 손질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감사원, 독립기구 맞나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