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난 줄 알았어요. 어떤 상황인지 몰라 불안감에 한숨도 못잤습니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사격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난 강원 강릉지역 주민들은 한밤 중 갑작스럽 불길과 폭발음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날이 밝기까지 아무런 안내조차 없었던 군 당국을 향해 비난 목소리가 쏟아졌다.
5일 강릉시민 등에 따르면 전 날 오후 11시께부터 2시간 가량 월호평동 공군비행장 일대에서 여러차례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카페 등에도 관련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소방당국에도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등의 신고가 10여건 접수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복귀했다. 밤 사이 강릉시에도 10여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왔고 상황을 자세하게 알 리 없는 공무원들은 대응에 애를 먹었다. 군 당국이 시청 등 행정당국에 상황을 자세하게 전달하지 않아 혼란을 더욱 키웠다.
폭발음은 비행장에서 3~4㎞ 떨어진 입암동 등에서도 들렸다. 입암동의 한 주민은 "갑자기 굉음이 수차례 들려 깜짝 놀랐다"며 "최근 북한 도발이 계속됐기에 실제로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노암동 주민들도 느닷없는 폭발음으로 밤새 불안에 떨었다.
사고가 난 뒤에도 한동안 당국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아 불안감이 강릉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5일 오전 7시가 돼서야 합동참모본부가 낙탄 사실을 밝히면서 폭발음과 불길의 원인이 확인됐다.
주민들은 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강릉 유천동에 거주하는 최모씨(40·여)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이 SNS를 보고 안부 전화를 걸어왔는데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며 "사고가 났으면 행정당국과 협조해 안내문자라도 발송하는 등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고 쏘아 부쳤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비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낙탄사고가 일어난 곳은 강릉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자칫 궤도를 달리해 민가로 떨어졌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합참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했다고 자화자찬만 하고 나섰다"고 질타했다. 이어 도당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으로부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동맹과 연합훈련은 매우 중요하지
[강릉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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