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남성 A씨로 추정되는 하반신 시신이 발견된 것과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확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어제(26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로 범죄 피해를 염두에 두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신 훼손을 세세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실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고, 새벽 2시 30분쯤 여자친구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며 "여자친구도 특이한 정황 파악하지 못했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습니다.
“본인 과실로 인한 추락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당시엔 비가 오지 않았을 때”라며 “멀쩡한 성인 남성이 길을 가다가 추락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근에서 함께 발견된 다른 남성의 시신에 대해서도 “같이 발견된 남성의 시신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을까”라며 “발견 시점과 발견 장소가 비슷해 확인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 교수는 해당 시신이 자연재해 때문에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는 “시신이 흘러가다가 한강 그물 같은 것에 (걸려서), 부패가 많이 진행되면 분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신이 어떤 형태로 훼손됐느냐 등은 국과수에서 확인할 듯"이라며 “인위적인 흔적이 남아있다면 범죄 사건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물속에서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분리해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성인 실종의 경우 가출로 간주를 많이 한다”며 “이 실종 남성은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진 못하고 처음부터 가출 처리가 된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가출 처리가 되면 위치 추적, 카드 사용 내역 등 개인 정보는 수사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동거 가족과 여자친구가 ‘가출할 이유가 없다.’, ‘갑자기 전화기가 꺼졌다.’ 등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것들을 수사했다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7일 오전 1시 30분쯤 A씨는 서울 공항시장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헤어진 후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이날 오전 2시 15분, 가양역 4번 출구에서 가양대교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이후 A씨의 휴대전화는 오전 2시30분쯤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끝으로 전원이 꺼졌습니다.
지난 10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의 광성보 인근 갯벌에서 낚시객이 신체 일부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반신만 남은 시신은 상당 부분 부패한 상태였으며 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A씨의 외사촌은 “혹시나 해서 해양 경찰서에 전화해 물어봤다.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더라”라면서도 “발견된 옷은 동생 것이 맞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하반신 시신의 유전자(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입니다.
실종 가족들은 초동 수사에 대한 불만에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은 초동 수사의 기본인 휴대폰 위치 추적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사가 미리 이뤄지지 않아 사건이 늦어졌다며 “왜 단순 가출로 하느냐.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유서라는 증거도 없고 우울증도 없었고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안 해주고 경찰은 영장이 발부돼야 카드 내역을 볼 수 있다고 했다”라며 수사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양대교에서 강화도까지 거리상으로도 멀다. 제대로 수사했다면 좀 더 빨리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시신을 봐야 교통사고든 타살에 의한 죽음이든 알 수 있는데 시신 자체가 너무 부패가 심하다. 수색은 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시신 상체를 못 찾으면 강화도 물살이 북한 쪽으로 올라가는 물살이 있어서 그쪽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다더라”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양역 실종 남성은 20대라는 나이 때문에 현행법상 단순 가출로 분류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SBS
유서가 없어서 실종이 아닌 단순 가출로 보는 시각으로 인해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서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oyun0053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