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지하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습니다.
젠더 논쟁으로요. 이번 사건이 '여성을 혐오한 남성 가해자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여가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건 현장인 신당역을 방문했을 때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답했기 때문인데, 일부 여성단체와 진보당, 녹색당 등 정당 단체들은 '수많은 여성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여성이라 죽었다'고 외치는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냐'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른 여성혐오 또는 여성 대상 범죄와 달리, 스토킹은 여성 가해자에 의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에는 한 남성이 자신이 쓰고 난 빨대까지 가져가 사용하고 미행을 일삼던 여성을 신고했다가 오히려 '여성혐오'로 낙인찍혔다며 호소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죠.
올 들어 처벌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중 172명이 남성이었고, 연령대가 올라가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집니다. 물론 여성 피해자가 더 많은데다 물리적인 폭력이나 범죄에 여성이 더 취약한 건 맞지만, 굳이 통계까지 거론하는 건 '남성도 피해자'란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 스토킹을 여성혐오 범죄라고만 단정해서는 제대로 된 진단과 해법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피해자 보호 조치나 가해자 전자발찌 부착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는데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간 초점이 흐려질 수 있겠죠.
게다가 신당역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이런 주장은 자칫, 여성혐오 범죄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가부 폐지 반대'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 보호에 있어 여성보다는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교수의 진단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어찌 보면 가장 기본 아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스토킹과 여성혐오는 다르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