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절미'라는 얘기를 들으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맛있는 인절미 떡도 있겠지만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를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들 인절미들이 시각장애인들의 빛이 되어줄 희망으로 자라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20일 '2022 안내견 분양식'이 열렸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이날 행사를 사진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사진 제공=삼성, 삼성화재, 매경DB, 독자 제공, 이승훈기자>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간 쉬었다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행사의 테마는 '함께 내일로 걷다,'입니다. 마지막의 콤마(,)는 오자가 아닙니다. 새로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와의 동행이 시작되고, 은퇴견도 입양가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등 이날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을 강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의미있는 행사여서 그런지, 이날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행사 소개에 앞서서 안내견 교육과정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퍼피워킹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 안내견들입니다. 안내견은 탄생 후 8주간은 안내견학교에서 관리하지만 이후 3~14개월은 자원봉사 가정에서 생활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인근 마트에도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를 '퍼피워킹'이라고 합니다.
현재 50~60곳의 가정에서 안내견들의 퍼피워킹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퍼피워킹을 진행한 가정만 1000여곳에 달합니다. 퍼피워킹을 하겠다고 자원봉사를 신청한 곳도 110여 가정으로, 현재 기준으로 약 2년간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퍼피워킹 신청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에서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홈페이지를 찾으면 충분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안내견 학교의 운영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입니다. 특히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는 퍼피워킹 가정의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라고 하네요. 안내견 출입이 법으로 보장된 곳에서 거부당하거나, 때로는 '장님도 아니면서 장님 흉내낸다'와 같은 험한 소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쏟아 강아지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지난해 훈련을 하고 있는 예비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 문제가 됐던 한 대형마트가 있었는데요, 이 때의 소동 덕분에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퍼피워킹을 이해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하는 자원봉사자도 있었습니다.
퍼피워킹을 마친 안내견들은 15~22개월 정도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게 됩니다. 배변·식사와 같은 기본훈련부터 복종훈련, 위험대비훈련까지 다양한 경우를 가정한 상황이 이들에게 주어진다고 하네요. 여기서 통과되는 비율은 35% 정도. 안타깝게도 3마리 중에서 1마리만이 정식 안내견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탈락한 안내견들은 일반 가정에 무상으로 분양됩니다. 퍼피워킹을 도와준 자원봉사자 분들이 많이 입양을 한다고 합니다.
훈련을 마친 안내견들은 파트너를 매칭해서 동반교육을 진행한 뒤 분양을 합니다. 파트너 매칭 때에는 시각장애인의 성격과 직업, 걸음보폭·속도, 생활환경 등을 다양하게 살펴본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든 면들과 안내견의 특성이 함께 잘 맞아야 분양이 가능해집니다. 매칭된 파트너와 안내견은 함께 4주간 교육을 진행한 뒤에 정식 분양됩니다. 이날 행사에서도 8마리의 안내견이 분양됐습니다. 시각장애인과 매칭된 8마리의 안내견들이 의젓하게 앉아 있네요. 뒤에 서 계시는 분들은 시각장애인 가족과 퍼피워킹을 수행한 자원봉사자 가족들입니다. 퍼피워킹 때 정이 듬뿍 든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자원봉사자 분들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매칭된 안내견들은 통상 6년 정도 활동을 하다 만 8세를 전후해서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은퇴견은 자원봉사 가정에 위탁되는데, 이날 6마리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일이 은퇴견들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 주었습니다. 6마리 은퇴견 중 3마리는 강아지 때부터 함께 했던 퍼피워킹 가족에게 입양됐습니다. 헤어진지 6~8년 만에 다시 '가족'으로 재회한 분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선언 직후인 1993년 9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진정한 복지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철학이 안내견학교로 구현된 것입니다. 이 회장 자신도 강아지를 무척 아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쓴 해외 잡지에서도 강아지와 함께 한 사진이 등장합니다.
서울대 사범대 부속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고 이건희 회장 모습입니다. 이 때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등장하고 있네요. 이건희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개를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개를 교배시켜가며 연구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이 진도로 직접가서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한 뒤, 순종을 고르기 위해 12~13년간 이들을 교배시켜 순수 혈통 진돗개를 만들어 낸 사례는 유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 견종 종합전시회에 순종 진돗개를 출전시켰고, 세계견종협회에 이를 등록시키는 성과까지 올렸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가장 사랑했던 개는 1986년부터 키운 '벤지'라는 이름의 요크셔테리어라고 합니다. 벤지가 10년 만에 늙어 죽자 새로 입양한 포메라니안에도 또 벤지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 회장이 환갑 때 제작한 '이건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사진첩에는 손자·손녀들 다음으로 벤지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처음으로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9년째를 맞는데 그동안 활약한 안내견 숫자만 267마리에 달한다고 하네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함께 지난 2020년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 들어간 안내견 '조이'도 이곳 출신입니다. 안내견 1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돈은 대략 1억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안내견학교 한 곳에는 지난 4월 문을 연 안내견 추모공원이 있습니다. '세계 안내견의 날'을 기념해 만들었는데, 시각장애인의 빛이 된 안내견들의 이름이 작은 명패로 만들어져 동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안내견과 함께 했던 시각장애인과 은퇴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자원봉사자 가족분들이 이 곳을 가끔씩 찾아 추억에 잠긴다고 하네요.
안내견학교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렇게 응원하는 문구로 수놓아진 벽도 있습니다. '은퇴 안내견들의 꽃길을 응원해요'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안내견 사랑해요'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안내견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하는데, 안내견 입장에서는 늘 자신에게 애정을 쏟아주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희생의 의미보다는 함께 지내는 동반자의 의미랄까요. 그래서 안내견학교에서는 시각장애인을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이곳을 거친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13.9세로 일반 리트리버보다 약 1년을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안내견학교에서는 이런 '인절미'들을 안내견으로 키워내는 훈련사들의 정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29년간 안내견 훈련사가 예비 안내견과 함께 걸어온 길은 지구 둘레 4만km의 20배에 달하는 78만km에 달한다고 합니다. 내년이
면 안내견학교가 개교 30주년을 맞는다고 합니다. 지금껏 걸어온 29년의 길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빛을 비쳐준 것처럼, 앞으로도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응원합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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