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신당역 살해' 여성혐오 범죄 여부, 논의 필요"

여가부 “피해자 보호·엄중 처벌에 집중한 것”
여성단체 “여가부 장관, 죽음 방치…사퇴해야”
박지현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란 생각서 나온 것”

↑ 지난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3일 만에 입장을 밝힌 겁니다.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은 오늘(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신당역 살인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다, 아니다’ 그런 논란이 많았는데 저희가 알기로는 이것은 학계나 다른 여성계에서도 정의 부분을 한 번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 발언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더 기하고, (가해자를) 엄중처벌하고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하는 쪽에 집중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을 찾아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실제로 피해자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보당, 녹색당, 전국여성연대, 불꽃페미액션 관계자들이 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반발이 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진보당과 녹색당, 전국여성연대,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여성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여성이라서 죽었다’고 외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느냐”며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처벌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가운데 1,2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었다고 강조하며 “스토킹과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젠더 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번 사건에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스토킹 방지법을 보완하라고 했지만, 성폭력이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지 구조적 관점 없이는 성폭력 범죄를 종식할 수 없다”며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을 철회하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파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신당역 살인 사건에 대해 “‘좋아하면 쫓아다닐 수 있지’라는 굉장히 그릇된 남성 문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위치하지 않다는 잘못된 차별 의식이 만든 비극”이라며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생각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지른 범죄가 여성 혐오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내가 살려면 죽을 만큼 싫어도 받아줘야 하냐”며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 신당역 살해사건 등 젊은 여성들의 ‘죽음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여가부는 스토킹 범죄 대처에 부처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성폭력 발생 사실 통보 시스템 강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법무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