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과 고령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모집해 이들 명의로 대포폰 유심칩 7700여 개를 개통해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게 개통된 대포폰의 전화사기 등으로 입은 총 피해액은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14일 대포유심 개통 총책 A씨(54) 등 일당 7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단순 유심 개통을 위한 명의 제공자 6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등을 통해 '선불유심 명의를 제공하면 6만원을 지급하겠다'며 명의 제공자를 모집한 뒤 대포유심 총 7711개를 개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이 개통한 대포유심 7700여 개는 전화금융사기, 메신저피싱, 주식리딩방 사기 등 범죄조직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 경찰이 압수한 대포폰과 대포유심
[사진제공=부산 사상경찰서]
경찰은 범죄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포유심이 이용된 사건 총 850건(피해금 420억원 상당)과 이 조직의 연관성을 입증해 사기방조 혐의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판매책을 고용해 개통한 유심 중 300여 개를 1개당 30만원에 중국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판매했으며, 해당 유심들은 실제 16건의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돼 5억4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포유심 유통 총책 B씨(38)는 조직원 6명을 고용해 서로를 알지 못하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면서 대포유심을 다량 확보했고, 이를 항공 화물서비스 등을 이용해 중국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책 C씨(34)는 A씨로부터 제공받은 유심 4500여 개를 SNS 계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증번호를 받는 용도로 범죄조직에 판매했다. 이렇게 생성된 SNS 계정은 불법 도박사이트 홍보, 가상자산 투자사기 리딩방 회원모집, 인터넷 물품사기 등 각종 범행에 악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포유심을 적발한 사건"이라며 "대포유심으로 생성된 SNS 계정을 이용해 전화금융사기는 물론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가상자산·주식·선물옵션 등에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 리딩방' 홍보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