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이 지나갔죠.
그런데 이런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 기사들인데요.
폭주하는 주문 때문에 배달료가 최고 5배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실상 목숨값을 벌어야 하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해법은 없는지, 이혁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전국에 걸쳐 거센 비가 내리던 지난 5일.
곳곳에 배달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바람도 그렇지만 특히 비가 많이 오는 날 오토바이 운전은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정성훈 / 배달 기사
-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부니 오토바이 운행에서는 더 조심하게 되고 오토바이가 휘청휘청 거리고 시야가 좁아지니까…."
그런데도 이들이 배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배달 주문이 늘면서 배달료가 최고 5배까지 치솟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김성수 / 상인
- "1.5km 안쪽으로는 4500원이고, 비가 올 때나 특수 상황일 때는 2만 5천 원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신문 배달부터 시작해 30년 가까이 배달업을 해온 김용석 씨,
배달이 곧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대구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비가 와도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 인터뷰 : 김용석 / 배달 기사
- "고객들은 날씨가 궂으니까 주문을 많이 하세요. 라이더들 못 들어가게 하려고 할증을 붙이고…. 저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타게 되죠. 진짜 목숨값입니다."
이들 배달 기사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는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주문 건마다 돈을 받는 기사들이 배달을 스스로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날씨가 나빠지면 기사들의 배달을 막고, 대신 손실을 메꿔주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날씨에 따른 일시적인 실업 상황으로 보고, 배달 기사들이 가입한 고용 보험을 활용하자는 겁니다.
▶ 인터뷰 :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실업과 해고가 반복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자연재해란 상황에선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실험적으로…."
이들이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배달 기사는 물론 소비자와 사업주 모두 공감하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 오는 날, 편히 배달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건 누군가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입니다.
MBN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김회종 기자·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이유진
그래픽: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