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작은 마을이 사흘간 고립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태풍으로 산사태가 나면서 마을 입구가 막혔는데, 전기가 끊기고 휴대폰과 인터넷도 먹통이 됐습니다.
수돗물이 안나와 빗물로 밥을 해먹었다고 하는데요.
먼 길을 걸어 사흘 만에 80대 노모를 만난 딸은 어머니를 왈칵 끌어안았습니다.
홍지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흙과 돌로 가득 찼습니다.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으로 산사태가 나면서 입구가 막혀 사흘간 고립됐던 경북 포항 항사리 마을입니다.
그동안 사람도 차도 오갈 수 없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19가구가 사는데 전기가 끊기고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불통인데다 수돗물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변갑제 / 항사리마을 이장
- "이 동네는 마을 간이 상수도라서 전기가 없으면 물이 없습니다. 전화 통신이 되지 않으니까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에야 겨우 사람은 오갈 수 있게 됐는데,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은 60대 딸은 3일 만에 80대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안도하는 마음과 반가움에 어머니를 와락 끌어안습니다.
"엄마 물을 들고 올 수가 없었어. 아이고 우리 엄마 살아 있었네."
어머니는 밥도 빗물로 지어야만 했습니다.
▶ 인터뷰 : 조종술 / 항사리마을 주민
- "(빗물로) 밥했어요. 쌀 씻어서 이 물에. 그래도 이 물 뜨면 말갛다. 밑에는 흙물이라도."
떠내려가는 농작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 인터뷰 : 김태웅 / 항사리마을 주민
- "몸만 빠져 나와가지고…. 다 떠내려가 버리더라고. 물이 이렇게 무서운 거 처음 알았어요."
막혔던 길은 조금씩 뚫리겠지만 답답한 마음이 뚫리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김형성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
취재지원 : 윤현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