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국내 최장기간 인공심장 달았던 소아 환자, 심장 이식받아 새 삶

태어난 지 6주 만에 심정지…희소 난치성 심장병 진단
'에크모' 소용 없자 '심실 보조 장치' 부착

↑ 육수진 환아와 보호자,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 교수 /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장 기간인 16개월 동안 인공심장을 단 채 병원에서 지낸 소아 환자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무사히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8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세 살배기 수진이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건 2020년으로 태어난 지 6주 만이었습니다. 당시 심폐소생술 끝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비후성 심근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비후성 심근병은 심장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심장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실신이나 어지럼증,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부정맥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갑자기 심장이 멈춰 돌연사할 수도 있습니다. 소아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심장병입니다.

수진이는 이후 세브란스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호흡 곤란 등 심부전 증세는 계속됐습니다.

의료진은 심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에크모(인공심폐기·ECMO) 치료를 시행해도 소용이 없자 인공 심장으로 불리는 '심실 보조 장치'(VAD)를 수진이에게 달았습니다. 이것은 심장이 혈액을 온몸에 잘 보내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성인과 달리 체구가 작아 이 보조 장치를 심장에 삽입한 후 체외로 통과시켜 몸 밖 펌프에 연결해야 하는 소아 환자들은 전담 의료진이 24시간 하루 10회 이상 관찰해야 할 정도로 세심한 관리가 요구돼 병원을 떠나지 못합니다. 체외로 연결한 펌프의 움직임과 혈전(피떡)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피부 소독, 항생제 투여, 재활 등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수진이가 최근 뇌사자의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받고 지난 7일 퇴원했습니다. 인공 심장을 단 지 16개월 만입니다.

수진이 치료를 담당한 신유림 교수는 "수진이의 체구가 워낙 작아 맞는 크기의 기증 심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수진이에게 이식 가능한 심장 공여자를 찾을 수 있었고 수진이의 심장 기능을 최적 상태로 유지한 게 수술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